처음에 나는 타지생활에 적응부터 하고 집은 안목을 길러서 차차 마련하자 라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모아둔 현금을 주식에 투자하여 공격적으로 돈을 불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 동안 집값은 이미 많이 올랐으니 향후에는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해서 집값이 내릴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회로를 돌렸다.
초반에는 걱정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돈을 모아서 원하는 지역에 집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약속없는 주말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장을 다니며 동네 구경도 해보고 그 동네에 주민으로 사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즐거웠는데, 집값은 점점 오르고 투자한 돈은 생각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임장을 다니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알수없는 불안감과 무력감은 점점 커졌다.
월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매일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을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감수했었는데, 돈이 모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집값을 보고 있으니 퇴근 때마다 짜증과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생각보다 집을 빨리 마련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호갱노노, 네이버부동산 어플을 켰다. 경기도는 내게 낯선 지역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부동산 관련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년간 발품팔며 이곳저곳 답사해본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다. 내집마련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세워졌었기 때문에 어플로 매물을 추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 어쩌면 처음으로 감당가능한 매물가를 구체적으로 정했던 것 같다. 막연하게 돈 모으면 집 사야지 하던 그때 둘러봤던 단지들이 지금 돌아보면 내 예산을 훨씬 웃돌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매물가를 정하고 필터를 걸어보니, 선택지가 확 줄어들었다. 그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지를 골랏고, 그 단지내 매물 중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내 기준에도 충족하는 집을 골랐다.